국외여행허가 거부, 취소 판결을 이끌어낸 4가지 쟁점 (서울행정법원 2018구합65378)
안녕하세요, 군판사와 군검사를 모두 역임한 20년 경력의 군전문변호사 김유돈입니다. 유학이나 국외이주를 이유로 병무청에 신청한 국외여행허가 거부 통지를 받고 당황해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학업이 1년 넘게 남아 있는데 당장 귀국해 입영하라는 뜻이니, 인생 계획 전체가 흔들리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외에서 출생한 복수국적자, 어린 나이에 출국해 국외에서 학업을 이어온 유학생이라면 국외여행허가 거부 사유로 “방학 때 국내에 오래 머물렀다”, “부모가 국내에 거주한다”는 점을 지적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병무청이 근거로 드는 기준이 언제나 법적으로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오늘 소개할 서울행정법원 2018구합65378 판결은 바로 그 지점을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병무청이 훈령상 기준을 들어 내린 국외여행기간 연장허가 거부처분을, 법원이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보아 취소한 사건입니다. 국외여행허가 거부처분 취소를 고민하는 분이라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판단 구조가 담겨 있습니다.
아래에서 사안의 내용, 법원이 짚은 네 가지 쟁점, 그리고 실제 소송에서 무엇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지 순서대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국외여행허가 거부는 어떤 구조에서 나오는 처분인가
병역법 제70조 제1항은 25세 이상의 병역준비역 등이 국외여행을 하려면 병무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제3항은 이미 허가를 받은 사람이 허가기간 내 귀국하기 어려운 경우 기간만료 15일 전까지 기간연장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유학생이 매번 갱신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국외여행기간 연장허가입니다.
허가 여부의 기준은 병역법 시행령 제146조, 제147조에 있습니다. 핵심 문구는 “국외체재 목적을 고려하여 병역의무부과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되는 범위에서 허가할 수 있다”입니다. 즉 기속행위가 아니라 재량행위입니다.
실무에서 실제로 창구를 통과할지 여부를 가르는 것은 병무청 내부의 「병역의무자 국외여행 업무처리규정」(훈령) [별표 2]입니다. 국외이주 목적의 허가대상을 유형별로 나열해 두었는데, 이 사건에서 문제 된 연번 1-아목(복수국적자)은 다음 세 가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훈령 [별표 2] 1-아목 복수국적자 허가대상 (37세까지)
1) 외국의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가진 부 또는 모와 같이 국외에서 계속 거주하는 사람
2) 부모와 같이 24세 이전부터 국외에서 계속 거주하는 사람
3) 국외에서 10년 이상 계속하여 거주하는 사람
여기서 “계속하여 거주”의 의미를 병무청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국외여행허가 거부가 갈립니다. 이 사건은 그 해석 자체가 다투어진 사안입니다.
서울행정법원 2018구합65378 사안의 내용
원고의 상황
원고는 부모가 미국에서 유학하던 중 미국에서 출생해 미국 국적을 함께 취득한 복수국적자였습니다. 2006년 미국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2010년 대학교, 2015년 7월 치과대학원에 입학해 2019년 5월 졸업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현역병 입영대상자였던 원고는 2015년 12월 유학을 사유로 2019년 8월까지 국외여행기간 연장허가를 받아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2018년 2월, 이번에는 복수국적자로서 미국에 계속 체재하겠다는 취지로 다시 국외여행기간 연장허가를 신청했습니다.
병무청의 국외여행허가 거부 사유
서울지방병무청장은 2018년 3월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처분서에 적힌 국외여행허가 거부 사유는 간단했습니다. 부모가 국내에 거주 중이고, 원고 본인도 2014년 7월 19일부터 2015년 7월 18일까지 1년 동안 총 219일을 국내에 체재했으므로 훈령상 허가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병무청이 219일이라는 숫자를 문제 삼은 근거는 구 병역법 시행령 제147조의2 제1항 제1호 다목이었습니다. “1년의 기간 내에 통틀어 6개월 이상 국내에서 체재하고 있는 경우”라는 조항인데, 6개월(약 183일)을 넘겼으니 국외에서 계속 거주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반면 원고는 출입국 실태와 학업 장소, 국내 체재의 성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다투었습니다.
쟁점 ① 국외여행허가 거부의 근거인 훈령은 법규가 아니다
법원이 가장 먼저 정리한 것은 처분의 성격입니다. 국외여행기간 연장허가는 병무청장의 재량행위이고, 이 사건 훈령은 병역법 등이 정한 요건을 행정청 내부적으로 구체화한 행정규칙(재량준칙)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행정규칙은 원칙적으로 대외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훈령 기준에 형식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거부가 적법해지지 않고, 반대로 훈령에 맞는다고 해서 반드시 허가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판단 기준이 바뀌는 지점
처분의 위법 여부는 “훈령에 부합하는가”가 아니라, 사실오인이나 비례·평등 원칙 위반 등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는가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실무적으로는 병무청 기준표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할 사건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쟁점 ② ’10년 이상 계속 거주’를 국내 6개월 체재 기준으로 재단할 수 없다
법원은 병무청이 끌어다 쓴 시행령 제147조의2 제1항 제1호 다목의 요건이 훈령 해석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근거는 세 가지였습니다.
허가 요건과 취소 요건은 다르다
시행령 제147조의2는 이미 허가를 받은 사람의 허가를 취소하고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경우를 정한 규정입니다. 허가를 새로 내줄지 판단하는 요건과 이미 내준 허가를 회수하는 요건은 성격이 다릅니다. 훈령 어디에도 이 취소 규정을 준용한다는 근거가 없었습니다.
훈령 자체가 별도의 판단 기준을 두고 있다
훈령 제2조 제7호는 “국외에 거주하는 사람”을 출입국사항 및 학업 또는 영리활동의 장소 등 국내외 체류실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생활근거지가 국외에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일수 계산이 아니라 생활근거지를 종합 판단하라는 기준이 훈령 안에 이미 마련돼 있었던 것입니다.
절차적 보호 장치의 유무
시행령은 취소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한 번은 3개월의 허가취소 유예기간을 주고, 그 기간 내에 출국하지 않을 때 비로소 취소하도록 했습니다. 훈령에는 그런 유예 절차가 없습니다. 절차적 보호 장치를 뺀 채 취소 요건만 허가 단계로 옮겨 오는 것은 신청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므로 허용되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쟁점 ③ 생활근거지가 어디인가 — 법원이 인정한 사실들
법원은 출입국 기록 전체를 놓고 생활의 중심이 어디였는지를 따졌습니다. 인정된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법원이 주목한 사정
거주 기간 · 2006년 12월 출국 후 처분 시까지 약 4,032일 중 국내 체재는 778일, 약 20%에 불과했습니다.
학업의 장소 · 고등학교·대학교·치과대학원 모두 미국에서 이수했고, 졸업 후 미국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현지에서 종사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국내 체재의 성격 · 문제 된 219일은 대학 졸업 후 대학원 입학 전 사이에 부모를 방문한 일시적 체류였습니다.
병역기피 정황 · 원고는 그동안 정당한 절차에 따라 병역연기와 국외여행허가를 받아왔고, 기피로 볼 사정이 없었습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의 생활근거지는 10년 이상 계속 국외에 있었다고 보아야 하고, 병무청은 국외 거주 사실에 관한 판단을 그르친 것이 됩니다.
행정청의 재량행위라 하더라도 사실을 오인한 근거에 기초한 처분은 위법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태도입니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두8589 판결, 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7두18215 판결 등). 이 사건 국외여행허가 거부처분 역시 그 범주에 들어갔습니다.
쟁점 ④ 37세는 상한일 뿐, ‘전부 아니면 전무’가 아니다
병무청은 훈령상 복수국적자 허가기간이 37세까지로 되어 있다는 점, 그렇게 되면 병역의무 이행이 사실상 무기한 미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훈령이 정한 “37세까지”는 허가기간의 상한을 정한 것일 뿐, 반드시 37세까지 허가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원고가 주장한 대학원 졸업, 면허 취득, 2년의 수련 과정에 필요한 기간에 한정해 허가한 뒤 그 후 병역의무를 이행하게 하는 선택지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병무청은 기간을 조정할 여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전부 불허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두고 병역의무 부과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허가 여부를 정하도록 한 시행령 제147조 제2항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며, 결국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국외여행허가 거부처분을 받았다면 준비해야 할 것들
이 판결에서 실무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대응 방향은 분명합니다. 병무청 기준표에 걸렸다는 사실이 결론이 아니라, 생활근거지가 국외라는 점을 어떤 자료로 증명하느냐가 결론을 만듭니다.
소송 전 정리해야 할 자료
출입국사실증명 · 출국일부터 현재까지 전 기간의 국내 체재일수와 비율을 표로 정리합니다.
학업·직업의 장소 · 재학증명, 성적표, 졸업예정증명, 면허·수련 과정 일정 등 국외에서 생활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근거입니다.
국내 체재의 성격 소명 · 방학, 졸업과 입학 사이의 공백 등 일시적 방문이었음을 학사일정과 대조해 설명합니다.
국외 생활기반 자료 · 주거 임대차계약, 현지 납세·보험 자료, 은행 거래 내역 등입니다.
절차 준수 이력 · 그간의 병역연기·국외여행허가 신청 이력은 병역기피 정황이 없음을 보여주는 유력한 자료입니다.
기간 측면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취소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행정심판을 먼저 거쳤다면 재결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90일입니다. 이 기간을 넘기면 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길 자체가 닫힙니다.
또 하나, 거부처분은 성질상 집행정지의 실익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소송 진행 중 허가 없이 체류 기간을 넘기면 별도의 병역법 위반 문제와 여권 제한 등이 뒤따를 수 있으므로, 본안 소송 전략과 체류·입영 일정 관리를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국외여행허가 거부에 관해 자주 묻는 질문
Q. 훈령 기준에 맞지 않으면 국외여행허가 거부가 당연한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훈령은 행정청 내부의 재량준칙일 뿐 대외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처분의 적법성은 훈령 부합 여부가 아니라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로 판단되며, 이 사건에서도 훈령 기준 불충족을 이유로 한 거부가 취소됐습니다.
Q. 1년에 6개월 이상 국내에 있었으면 무조건 안 되나요?
그 기준은 이미 받은 허가를 취소할 때 쓰는 시행령 규정입니다. 새 허가나 연장허가의 요건으로 그대로 옮겨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이 판결의 판단입니다. 다만 국내 체재가 길었다면 그 성격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합니다.
Q. 부모가 한국에 살고 있으면 복수국적자는 허가를 못 받나요?
부모의 거주는 아목 1)·2)의 요건일 뿐입니다. 본인이 국외에서 10년 이상 계속 거주한 경우를 정한 3)은 부모의 거주지를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 원고도 부모가 국내에 거주했지만 승소했습니다.
Q. 학업 기간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 허가받는 것도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법원은 37세까지가 상한일 뿐이므로 졸업·수련 등 필요한 기간에 한정해 허가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소송에서는 “필요한 최소 기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편이 설득력이 높습니다.
Q. 소송은 언제까지 제기해야 하나요?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있은 날부터 1년입니다. 통지서를 받아 든 시점부터 시간이 흐르고 있으므로, 자료 수집과 병행해 조기에 검토를 시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 국외여행허가 거부는 다툴 수 있는 처분입니다
병무청의 통지서는 짧고 단정적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기준에 안 맞는다니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고 학업을 중단합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2018구합65378 판결이 보여주듯, 국외여행허가 거부의 근거가 된 기준 자체가 잘못 적용되었다면 처분은 취소될 수 있습니다.
관련 법령의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 병역법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조문만으로는 내 사안이 어느 유형에 해당하는지, 어떤 자료로 생활근거지를 증명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군판사와 군검사를 모두 역임한 군전문변호사로서, 병역 관련 행정처분은 병무 실무의 논리와 행정소송의 논리를 함께 읽어야 길이 보인다는 점을 늘 말씀드립니다. 국외여행허가 거부 통지를 받으셨다면, 제소기간이 지나기 전에 출입국 기록과 학업 자료를 들고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군전문변호사가 필요한 사건은 따로 있습니다 · 군형사사건의 특성과 초기 대응
글쓴이 · 변호사 김유돈
법무법인 지금 대표변호사 / 군사건전담센터장. 군판사와 군검사를 모두 역임한 20년 경력의 군전문변호사로, 병역법·군형법·군징계 및 국외여행허가 등 병무행정 사건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상법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