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진료기록과 병역처분, 인정되는 자료의 조건
안녕하세요, 군판사와 군검사를 모두 역임한 20년 경력의 군전문변호사 김유돈입니다. 오랫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아오신 분들이 병역처분 결과를 받고 당황해 상담을 요청하십니다. “1년 넘게 약을 먹으면서 치료받았는데, 왜 5급이 아니라 4급이 나왔나요?”
여기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정신과 병역처분은 진료기간이 길다는 사실이나 병무용 진단서의 결론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치료의 지속성, 실제 투약 여부, 증상으로 인한 실제 기능장애까지 종합적으로 검토됩니다.
이 글은 서울행정법원 2022. 2. 10. 선고 2021구합3547 판결을 바탕으로, 정신과 진료기록이 병역처분 자료로 인정받으려면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지 정리한 것입니다.
병무용 진단서만으로 등급이 결정되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병무용 진단서의 기재에 병역판정전담의사나 병무청장이 반드시 구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주치의가 고도라고 써줬으니 당연히 5급이 나오겠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병무용 진단서는 병역판정의 참고자료이지만, 병역판정전담의사 등은 진단서 외에도 의무기록, 치료 경과, 심리평가 및 실제 기능 상태 등을 종합하여 독자적으로 신체등급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정신과 병역처분에서 먼저 확인할 것
1. 치료의 지속성 — 초진부터 처분 시점까지 꾸준히 치료를 받았는가
2. 실제 투약 여부 — 처방받은 약물을 실제로 복용했는가
3. 기능장애의 정도 — 증상이 학업·직업·일상생활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4. 객관적 평가 자료 — 종합심리평가 등 의무기록으로 뒷받침되는가
서울행정법원 2021구합3547 사안의 내용
1년 이상 치료받았지만 5급이 아니라 4급
원고는 우울장애가 병역판정 기준상 ‘고도’에 해당하므로 신체등급 5급 전시근로역 처분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원고는 약 1년 이상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고 약물치료를 받았으며, 병무용 진단서에는 현재 직장생활에 가까스로 적응하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법원의 종합 검토
법원은 초진 이후의 진료 내역, 약물 처방 및 실제 복용 경위, 치료 효과, 의무기록, 종합심리평가보고서, 직장생활 및 사회활동 능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였습니다. 그 결과 신체등급 4급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이 종합적으로 고려한 7가지 자료
법원은 다음과 같은 자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습니다.
① 정신과 초진 시점과 치료기간
② 약물의 처방 내역과 실제 복용 여부
③ 약물치료에 따른 증상의 변화
④ 의무기록에 나타난 기능 저하의 정도
⑤ 종합심리평가보고서의 내용
⑥ 직장생활 및 사회활동의 유지 여부
⑦ 병역판정 기준상 ‘중등도’와 ‘고도’의 차이
서울행정법원 2022. 2. 10. 선고 2021구합3547 판결
법원은 원고가 장기간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당시 정신질환의 정도가 ‘고도’에 해당하여 군복무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되는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치료 기간이 길다” vs “기능장애가 고도다”
이 사건이 보여주는 핵심은 치료 기간의 길이와 질환의 중증도가 별개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1년 이상 꾸준히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고도’ 판정을 받기에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은 정신과 진료기록이 병역처분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지만, 진료기간이나 병무용 진단서만으로 곧바로 5급 또는 6급 처분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병역처분의 적정성은 진단서의 결론만이 아니라 진료기록의 구체성, 치료의 지속성과 실제 투약 여부, 심리평가의 내용, 증상으로 인한 사회적·직업적 기능장애 및 실제 생활 상태를 종합하여 판단됩니다.
인정받으려면 진단명보다 ‘기록’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정신과 자료가 병역처분의 근거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진단명이나 치료기간을 제시하는 것보다, 다음 사항이 의무기록과 객관적 자료를 통해 확인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① 증상이 언제부터 어떻게 지속되었는지
② 치료와 투약이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③ 그 증상이 학업·직업·대인관계·일상생활에 어떠한 기능장애를 초래했는지

처분 전 정리해야 할 자료
초진부터 현재까지의 진료기록 — 치료의 지속성을 보여주는 전체 기간의 자료
처방전 및 복약 내역 — 실제 투약 여부를 뒷받침하는 자료
종합심리평가보고서 — 객관적 검사를 통한 증상 평가 자료
기능장애를 보여주는 자료 — 휴학·휴직 내역, 사회활동 제한 정황 등
병무용 진단서 — 참고자료이므로 다른 객관적 자료와 함께 제출
정신과 병역처분에 관해 자주 묻는 질문
병무용 진단서에 ‘고도’라고 적혀 있으면 그대로 인정되지 않나요?
아닙니다. 병무용 진단서는 병역판정의 참고자료일 뿐이고, 병역판정전담의사 등은 진단서 외에도 의무기록, 치료 경과, 심리평가 및 실제 기능 상태 등을 종합하여 독자적으로 신체등급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1년 넘게 치료를 받았는데도 왜 ‘고도’로 인정받지 못했나요?
치료 기간이 길다는 사실과 질환의 중증도는 별개로 판단됩니다. 법원은 장기간 치료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당시 정신질환의 정도가 군복무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되는 수준의 ‘고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면 불리한 건가요?
직장생활 및 사회활동의 유지 여부는 법원이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다만 ‘가까스로 적응하고 있다’는 식의 구체적인 기능장애 정도까지 함께 소명한다면, 단순히 직장생활 여부만으로 불리하게 평가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자료를 더 준비해야 하나요?
진단명이나 치료기간보다, 증상의 지속 경과, 실제 투약 여부, 종합심리평가 결과, 그리고 그 증상이 학업·직업·대인관계·일상생활에 미친 구체적인 기능장애를 보여주는 자료가 중요합니다.
정신과 병역처분은 치료 기간이나 진단서 문구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증상의 지속성과 실제 기능장애가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지금 병역처분 결과를 받으셨거나 처분을 앞두고 계시다면, 보유하신 진료기록이 이 기준에 맞게 정리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작성자 | 김유돈 변호사
법무법인 지금 군사건전담센터 대표변호사 · 연세대학교 상법 박사
군판사와 군검사를 모두 역임한 20년 경력의 군전문변호사입니다.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30길 81 웅진타워 10층 1002호 · 02-501-1998
군 관련 사건은 병역법·군형법·군인사법 등 일반 형사·행정 절차와 다른 고유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처분마다 정해진 기한이 있어 대응이 늦어질수록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지금 겪고 계신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시기보다, 사안의 구조와 다툴 여지부터 함께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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